Picture & Talk 2015. 5. 2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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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날,
식이 다 끝나가고 있지만, 내 친구 형주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결혼식 내내 형주의 얼굴을 찾았지만,
정말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사진 촬영까지 마치고 다시 예식장 로비로 나와
형주를 찾았지만 끝내 형주는 보이지 않았다.
섭섭함 보단 걱정이 앞선 순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형주의 아내가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이마에는 얼마나 뛰어왔는지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석민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석민 아빠가 이걸 전해드리라고 해서..'
형주의 아내는 미안한 듯 조심스레 봉투 하나를 건넸다.

'철환아, 나 형주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담아 보내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수 친구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어제 아침부터 자정까지 사과를 팔았다.
번 돈이 만 삼천 원이다.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날,
우린 흙 속을 야무지게 뚫고 나온 새싹을 바라봤었지.
그리고 희망을 노래했어.
나에게 너와의 행복한 추억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지금 난, 참석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가정을 이루는 네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만은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형주가
한 겨울 거리에서 추위와 바꾼 돈, 만 삼천 원.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내 들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데요."
장사는 무엇으로 하려고...
그리곤 씻지도 않은 사과를 우적우적 씹어댔다.

그런데 왜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걸까.
새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 연탄길 < 행복한 고물상자> 저자 이철환 -


가끔 서운할 때도 있습니다.
사는 게 힘들어 가끔 잊고 지낼 때도 있습니다.

기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슬픈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마음을 기대게 됩니다.

이름만 들어도 절로 웃음이 나고,
생각만 하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친구, 오늘 전화 한 통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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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 & Talk 2015. 5. 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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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아들바보, 딸바보 부모님들!
정말 이 질문만은 이제 그만해 주세요!
아이들은 엄마도 아빠도 모두 똑같이 사랑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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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 & Talk 2015. 5. 2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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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주인집 불이 꺼지는 것을 본 후에야 집으로 들어갑니다.
월세를 못 낸지 벌써 두 달째.

4년간 이 집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월세를 밀려본 적이 없었는데,
실직은 저를 이렇게도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두 달 전 일하던 동물병원 원장님이
어느날 저를 불렀습니다.

"미안한데 말이야. 여기서 일하기엔 나이가 좀..."

서비스업종에 일하려면 친절함이 우선이지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이 틀렸나봅니다.

어떤 직장에선 다른 어떤 것보다
젊고 예쁜 여성이 채용의 기준인가 봅니다.

그 동안 월급도 많지 않았고,
한 달 벌어 한 달을 겨우 살았기 때문에
실직 후 월세는커녕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저에겐 눈물을 흘리는 것도 사치였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 잘하고 있는 걸로 알고 계신
부모님께 손을 벌려 실망시켜 드리기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두 달째 집주인을 피해 도둑고양이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겨우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월급을 받으려면 한 달이나 남았으니
이 짓을 한 달은 더해야 하는데
어떤 집주인이 가만히 있을까 싶었습니다.




똑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없는 척 하기엔 이미 늦었고, 전 조심스레 문을 열었습니다.
역시나 집주인 어르신이었습니다.

"불이 켜져 있길래 왔어요."

잔뜩 긴장해서 어르신 앞에 서있는데
손에 들린 김치를 내미셨습니다.

"반찬이 남았길래 가져왔어요."

제가 오해할까 봐 오히려 조심스러워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제서야 그 동안의 사정을 말씀 드리고
고개 숙여 진심 어린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 것 같았어
요즘 집에 계속 있길래 뭔 일이 생겼구나 했거든.
걱정 말아요. 지금까지 살면서 월세 한 번 안 밀렸는데
내가 그렇게 박한 사람은 아니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가시는 그 모습이
어찌나 크게 느껴지던지..

그런 어르신 덕분일까요?
전 직장보다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해서
지금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월세도 꼬박꼬박 내고 있고요.
어르신의 그 따뜻한 마음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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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 & Talk 2015. 5. 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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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 주었습니다.

"부모님께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물건을 그려 오는 거다.
엄마나 아빠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물건을
한 가지만 예쁘게 자알 그려 오는 거야. 알았지?"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저마다 많은 생각에 잠깁니다.
엄마나 아빠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계신 것이 무엇일까?
학생들 각자는 머리 속에 그 물건이 무엇인가를 상상하며 그려 봅니다.

다음 날, 발표시간이 되었습니다.
첫째 아이가 나와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면서 설명을 합니다.

"이건 우리 아빠가 부는 나팔인데요,
우리 아빠가 이것을 불면 엄마는 노래를 하십니다.
두 분이 다 아주 소중하게 여기시는 악기입니다.
노란 금으로 도금이 되어 비싼 악기라고 하셨습니다."

또 다른 아이가 나왔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손도 못 대게 하는 아주 비싼 도자기입니다.
우리 집안의 가보라고 하십니다.
우리 고조의 고조 할아버지 때부터
오래오래 보관해 온 도자기라고 하십니다.
값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아주 비싸고 귀중한 도자기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여러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카메라를 그려온 아이, 승용차를 그려온 아이,
엄마의 보석반지를 그려온 아이,
아이들의 그림 속에는
정말 비싸고 귀해 보이는 물건들이 가득히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그 아이들의 가보 자랑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발표를 한 영준이가 자신의 도화지를 펼쳐 보이자
아이들이 깔깔대며 손가락질을 하였습니다.
영준이가 들고 있는 도화지에는
쭈글쭈글한 베개 하나가 덜렁 그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준이는 친구들의 웃음 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발표를 계속하였습니다.

"이건 우리 엄마가 베고 주무시던 베개인데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작년에 돌아 가셔서 이 세상에는 안 계십니다.
엄마는 더 이상 이 베개를 벨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빠는 이 베개만은 절대로 버리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이 베개를 엄마가 살아 계셨을 때와 똑같이
침상에 나란히 놓고 주무십니다.
우리 아빠에게는 이 베개가 가장 소중한 물건입니다.
난 우리 아빠의 침상에 가서 엄마의 베개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납니다.
엄마의 베개를 가슴에 안고 여러 번 울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너무.. 우리 엄마가.."

영준이는 목이 메어 더 이상 설명을 못하였습니다.
떠들썩 하던 교실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영준이 짝꿍은 영준이의 엄마를 생각하며 훌쩍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옆에 있던 아이가 또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교실 안이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없는 영준이,
그리고 엄마가 베던 베개를 침대 위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주무시는
영준이 아빠의 외로운 모습이 눈 앞에 그려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생님도 콧날이 시큼해 지셨지만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살며시 영준이의 옆으로 다가 가서
떨리는 영준이의 어깨를 꼬옥 감싸 안아 주셨습니다.
엄마가 살아 계셨을 때에 자식을 껴안아 주듯이..

그리고 여러 학생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정말로 이 베개는 무엇보다도 가장 값지고 소중한 물건이로구나!"

눈물을 훔치던 모든 아이들은
다 일어서서 영준이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녀가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물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자녀교육에 있어 큰 가르침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gada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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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 & Talk 2015. 5. 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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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볼 때마다 설레는 예쁜 아내.
6년 전 5월, 경복궁에서 우연히 한국에 여행 온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후광이 비친다는 게 뭔지 그때 비로소 알았다.
운명이란 그런 건지 아내 역시 별로 잘생기지도 않은 나를 보고
딱 들은 생각이 '귀엽다, 보조개'였다고 한다.

아내가 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난 열렬하게 구애했다.
우리는 주저 없이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쳤다.
4개 국어를 하는 아내는 호주 유학을 앞둔
태국에서도 엘리트 집안의 막내였고,
더욱이 우리 부모님은 동남아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있으셨다.

중학교 때부터 신문배달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했던 나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카지노딜러로 일하고 있었다.
가진 건 없지만 건강했고, 사랑했기에 두려움도 없었다.
나란 놈을 만나 사랑 하나 믿고 덜컥 한국에 온 아내는
나를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게 해주는 여자였다.
그리고 바로 수현이가 우리에게 왔다.
수현이의 탄생은 힘겹기만 하던 내 인생의 축복이었다.
이 행복이 영원할 줄 알았다.




작년 봄 수현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믿지 않았다.
양가에 누구도 암환자가 없었다.
아내는 자기가 뭔가 잘못한 탓인 것 같다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독한 투약을 위해 손바닥만 한 아이 가슴에 주사 구멍을 뚫으면서도
요즘은 의술이 발달했으니 금세 고칠 것이라고,
항암치료면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믿었다.

그런데 수현이는 백혈병 중에서도 굉장히 희귀한 암이라
꼭 이식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당연히 일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80~90%는 일치자를 찾는다고 했다.
불안해하는 아내에게도 걱정하지 말라고,
이식만 하면 나을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그런데 없었다.
관련 있는 모든 단체에 연락해 봤지만
국내 기증자 26만 명 중 수현이와
유전자 유형이 맞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내는 혹시 태국에는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태국 전역을 뒤졌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수현이는 독한 항암치료를 7차까지 받아야 했다.
열이 펄펄 끓다 못해 40도는 우습게 올라갔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구토를 하며
배가 아파 우는 어린 아들을 바라보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전 세계 2,600만 명이 넘는 기증자 중에서도
수현이와 맞는 사람은 없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거짓말 같았다.
한 명은 있을 거 같은데, 한 명 정도는 있을 것 같았는데...
수현이가 아픈 게 모두 엄마의 잘못이라고
아내는 자꾸 자기 탓을 한다.
그렇게 밝던 아내가 말수도 줄고 어떤 슬픔도 속으로만 삭인다.

작년 가을, 기적처럼 중국에서 3명의 기증자를 찾았지만
허무하게도 2명은 거절했고,
1명은 정밀검사 결과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정말 피눈물이 나왔다.
세상이 다 미웠다.

힘없이 웅크린 채 누워 있는 수현이를 보면
아내와 내가 서로 사랑하면 안 되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수현이에게 이런 아픔이 없었을 텐데.
사랑한다는 이유로 앞길이 창창한 아내를 붙잡는 게 아니었다.
내 사랑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아빠 추워."
또 다시 수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수현이의 몸을 부지런히 닦으며 덜덜 떠는 아이를 달랬다.
"수현아 힘내야 돼, 알았지?"
"응."
"우리 수현이, 잘하고 있어. 그러니까 좀만 더 힘내자, 응?"
"응."
"손 잡아줄게, 수현아. 아빠가... 손 잡아줄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아내와 나는 전단지를 만들어 길거리에서 나눠 주었다.
"부탁합니다. 한 번만 읽어 봐주세요."
각종 단체, 교회, 군부대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전화를 하고 또 찾아갔다.

수현이의 얼굴이 들어간 전단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보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전단지가 보이면 모두 주웠다.
구겨진 부분을 반듯하게 펴며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세상에 고마운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알았다.
휴직을 한 내 딱한 사연을 알게 된 200여 명의 회사 동료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나서 주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수현이에게 맞는 기증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아내와 아이 앞에서는 강한 척을 했지만
혼자 있을 때는 나도 너무 불안하다.
온갖 생각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래도 강해져야 한다.
흔들리면 안 된다.
나는 아빠니까.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수현이를 위해 나도 머리를 밀었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이 되어가는 아빠를 보며
신이 난 수현이가 까르르 웃었다.




우리는 반일치이식을 하기로 결심했다.
일치자가 아닌 반일치자의 조혈모 세포를 이식하는 것으로
위험 부담이 큰 수술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이 각각 50%의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아내는 자신이 해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에게 해준 것이 없다고.
수혈을 하듯이 엄마의 조혈모 세포를 천천히 수현이에게 넣어주었다.

수술 후 2주 정도까지 수현이의 몸 상태는 괜찮았다.
하지만 안심하던 찰라 거부반응은 갑자기 왔다.
빨갛게 피부 이상이 나타나더니 갑자기 온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숙주병이라 불리는 이식 부작용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피부 숙주반응이 온 것이다.
노련한 의료진조차 당황했다.
병원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반일치 이식한 환자들 가운데서도
보기 힘들만큼 심한 거부반응이라고 했다.

온몸이 울긋불긋 물집이 잡힌 수현이가 쪼그리고 앉아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이렇게 순한 아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고통을 주는 걸까.

지금까지 잘 참던 수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보드랍던 피부가 심한 발진으로 보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너무나도 애처로웠다.
지켜주겠다고 했는데, 부모가 돼서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니.
가슴이 무너졌다.
그리고 퇴원은 무기한 연기됐다.




봄이 왔다.
나는 여전히 수현이 곁에 24시간 붙어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나중에 아빠랑 목욕탕 같이 가자."
"응."
"수현이 최고."
"응!"

수현이는 마침내 숙주병을 이겨내고 회복세로 돌아섰다.
피부에는 아직 흉터가 남아 있었지만
10년이 지나면 다 없어질 것들이다.
장한 내 아들, 수현이.
아내는 매일 부지런히 반찬을 만들어 병원으로 싸가지고 온다.
아내를 보면 나는 괜히 아침도 못 먹었다고 엄살을 피운다.

"맛있다!"
"짜지 않아?"
"응, 조금 짜."
웃음이 나온다.
괜히 음식 투정하며 사랑하는 아들 곁에 있는
이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아내는 예전의 해맑은 웃음을 되찾았다.
함께 빡빡 밀었던 내 머리는 제법 자랐다.

"수현아, 엄마는 아빠 거."
엄마를 덥석 끌어안는 아빠를 보며 수현이가 까르르 웃는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지 석 달.
오늘 우리 세 식구는 퇴원한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 용감하게 달려와 준 고마운 수현이.
설령 수현이에게 아직 갈 길이 남았다 해도 우리는 두렵지 않다.
우리의 사랑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
사랑은 아낌없이 내 걸 내주고 다시 한 번 더 주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다.

- MBC 휴먼다큐 사랑 10년의 기적 '지금, 사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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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 & Talk 2015. 5. 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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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180일!
5년마다 해외여행!
근무시간은 단 7시간!
정년 70세!
평균 연봉 6000만원!

샐러리맨들에게는 꿈의 직장인 이 곳.
CEO들에게는 배움의 경영철학이 있는 이 곳, 미라이 공업입니다.

하루 7시간만 일을 하고 연봉은 평균이 6000만원에
1년 365일 중 휴가가 무려 180일이나 되는 이런 회사가
잘 돌아갈 리가 있느냐는 의문을 한 명쯤은 품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사장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회사보다 직원의 복지에
온 힘을 쏟는 이 회사는 일본 내 동종업계에서도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량기업입니다.

전 직원들의 이름이 쓰여진 제비를 모아
선풍기 바람에 날려, 제비를 잡습니다.

"이번에는 자네가 과장이야"
"어차피 똑같아. 아무나 맡겨도 잘해
직원을 믿고 맡기면 성과는 자연스레 나오게 돼 있어."




식당 한 켠에 있는 사내 게시판에는,
어느 회사에도 없는 독특한 제안서가 하나 있습니다.
모든 직원들은 이유, 내용 불문하고 제안서를 내면 상금을 받는다.
횟수, 내용 절대 상관없이!
직원들이 제안한 내용에는 비용절감에 대한 내용부터
오로지 직원이 회사 또는 자신을 위해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략이 많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만지지마 바보'라고 적혀있는 종이 뒤에는 전등 스위치가 있습니다.
필요 없는 전등을 켜서 소모되는 돈을 아끼자는
사장님의 마인드가 엿보입니다.

직원들 책상마다 달려있는 스위치는
자리에 앉을 때만 불을 켤 수 있습니다.
300명이 일하는 회사에 복사기는 단 한 대.
그렇다면 직원들이 불편한 회사라고 여길까요?
그렇게 절약한 돈으로 직원들에게 5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보내준다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복사 순서를 기다리고
전기를 아껴 쓰게 되지 않을까요?




"인간이야. 기계가 아니라 인간
어떤 기업은 원가를 맞추기 위해 월급을 낮추고
직원들을 많이 부려먹지
그럼 사원들이 신나서 열심히 일할까?
택도 없는 소리지.
회사가 힘들수록 사원을 기쁘게 해야 해. 그래야 발전하는 거야.
왜? 사원들은 인간이니까. 인간은 즐거울 때 더 열심히 하니까."

'사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성장한다.'

미라이 공업은 100:1의 치열한 경쟁률이 말해 주듯
직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꼽힙니다.
세상에 이런 회사가 많아진다면,
100:1의 비현실적인 경쟁률이 아닌
100개의 잘 나가는 기업에 고른 인재가 채용되지 않을까요?

==========================================

부럽다. 나도 이런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 라는 생각.
이 글을 읽는 직장인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하고 있을 것입니다.

매출도 1위, 모두가 즐거운 회산데
미라이공업 같은 회사가 전무후무 한 것일까요?
아마도 믿음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습니다.
직원과 회사간 믿음을 키운다면
이세상에 제 2, 제 3의 미라이 공업은 늘어날 것입니다.
posted by gadasi
:
Picture & Talk 2015. 4. 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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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아버지가 남기신 빚을 갚기 위해
서울로 떠나신 후, 다섯 살이던 저와 세 살이던 남동생은
시골에 계신 할머니의 손에 맡겨졌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기억 속의 첫 어린 시절이 있겠지요.
제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은
할머니 손에 맡겨지고 1년이 지난, 여섯 살의 봄입니다.

그날, 도시 생활을 하고 있던 친척들이
저와 제 동생 문제로 할머니 댁을 찾았습니다.
너무 어렸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할머니와 친척들의 대화는 언성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그 후 큰아버지는 저와 제 동생에게 새 옷을 입혀주고, 새 신을 신겨주며,
좋은 곳에 가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울먹이시던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큰아버지는 저희 남매의 손을 이끌고 문밖을 나섰습니다.
누구 한 명 따라 나서는 사람이 없었지만, 할머니는 달랐습니다.
버선발로 뛰쳐나와 저희 남매를 끌어안고 우셨습니다.

"안 된다. 절대 못 보낸다 고아원에도, 아들 없는 집에도, 나는 못 보낸다.
죽은 내 아들 불쌍해서 이것들 못 보낸다.
느그들한티 10원 한 푼 도와 달라고 안 헐라니까 보내지 마라.
그냥 내가 키우게 놔둬라."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날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도, 제 남동생도 없었겠지요.
할머니의 눈물이 지금의 저희 남매를 있게 해준 것입니다.

고아원에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아버지 없는 집에 보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저희 남매는 할머니께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은혜를 입은 것인데
철이 들 무렵이 돼서야 알았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남의 집 일을 다니시며,
받아오신 품삯으로 생활을 꾸려나가셨습니다.
할머니가 저희 남매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셔야 했는지,
그리고 스스로 얼마나 억척스러워지셔야 했는지
그때는 어려서 몰랐습니다.

그저 배부르게 먹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었고,
새 옷 한 벌 없이 남의 옷만 얻어 입는 것이 불만이었고,
운동회 때 할머니랑 함께 달리는 것이 불만이었고,
할머니 밑에서 자란다는 이유만으로 동네에서 학교에서
불쌍한 아이 취급 받는 것이 불만이었습니다.

배부르게 먹이지 못하는 할머니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새 옷 한 벌 사주지 못하는 할머니 마음이 얼마나 아렸을지,
남의 집으로 옷을 얻으러 다니며 얼마나 고개를 숙이셨을지,
소풍 가는 손주들 김밥 한번 싸주지 못하는 그 마음이 어땠을지,
다른 아이들은 운동회 때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을
나이 드신 당신 몸으로 해주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
그때는 철이 없어 몰랐습니다.

그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조금이라도 더 불쌍하게 보여서
뭐하나 얻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싫고 창피할 뿐이었습니다.
당신 체면이나 얼굴을 버리시고,
오직 저희 남매를 위해 사신 분인데,
그때는 왜 그걸 몰랐을까요.

앉았다 하면 신세한탄이 먼저 나오는 할머니셨지만,
그렇게 사셨기 때문에
과자 한 봉지라도 얻어먹을 수 있었고,
이발소에서 공짜로 머리를 자를 수도 있었고,
새 연필 한 자루라도 얻어 쓸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철없는 남매를 기르시면서 한없는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억척스럽고 강하게 보이셨지만,
사실 누구보다 여리고 사랑이 넘치는 분이셨습니다.




남의 집에 일하러 가셔서 새참으로 나온 빵을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오셔서 우리에게 주셨던 할머니...
매주 한 번 장에 나물을 팔러 가시는 날에는
꼭 순대 한 봉지라도 사오시는 분이셨습니다.

동생과 제가 싸울 때면 뒤란에 있던 탱자나무 가지로 종아리를 치셨지만,
금새 약을 발라주시며 눈물을 훔치는 분이셨고,
과자 하나 맘껏 못 사줘 미안하다며
문주를 부쳐주시고, 개떡을 쪄주시고,
가마솥 누룽지에 설탕을 발라주시는 분이셨습니다.

비가 아주 많이 오는 날에는
우산 대신 고추밭 씌우는 비닐로 온 몸을 둘러주시고
빨래집게로 여기저기 집어주시며,

"학교 가서 다른 아이들이 넌 우산도 없느냐고 놀리거든,
우리 할머니가 이렇게 돌돌 싸매면
비가 한 방울도 못 들어와서 옷이 안 젖는다더라
너도 너네 엄마한테 나처럼 해달라고 해봐"
그렇게 말하라고 시키던 분이셨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와 함께 했던 유년 시절이
스물 아홉 제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였습니다.




저와 남동생은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각각 천안과 예산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자취 생활을 했습니다.
저희는 주말마다 할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내려갔는데
그때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그 안에 빵과 우유가 가득했습니다.
남의 집 일 다니시며 새참으로 받은
우유와 빵을 냉장고에 넣어놓으신 것이었습니다.

남들 먹을 때 같이 드시지 유통기한이 다 지나서 먹지도 못하는 걸
왜 넣어 놓으셨냐고 화를 내면,

"니덜이 목구멍에 걸려서 넘어가야 말이지.
니덜 오먼 줄라고 냉장고에다 잘 느놨는디,
날짜가 지나서 워쩐다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살면서 할머니를 가엾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제가
냉장고 속 가득한 빵과 우유를 버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무역회사에 취직한 저는
돈을 벌게 되었고, 이제 할머니를 호강시켜 드릴 수 있단 생각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할머니가 아프시다고 하면 약재시장에 가서 좋다는 약재를 보내드리고,
할머니 생신이 다가오면 동네 할머니들과 식사라도 하시라고 용돈도 보내드리고,
주말에 시골에 내려가면 할머니와 장터 구경도 나가고,
명절에는 레스토랑에 모시고 가서 돈까스도 사드렸습니다.

처음 할머니를 모시고 레스토랑에 가서 돈까스를 먹던 날,
할머니는 돈까스 한 접시에 음료까지 다 비우며 말씀하셨습니다.

"양두 얼마 안 되는 것이 참말로 맛나다,
이런 것이먼 몇 접시라도 먹것다."

저는 그 말에 또 눈물이 났습니다.

할머니는 이제 남은 소원이 제가 좋은 사람 만나 시집가고,
이쁜 새끼 낳아 사는 거 보는 거라고 하셨는데,
할머니 소원대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했고,
다음 달이면 돌을 맞는 예쁜 딸아이도 낳았습니다.

할머니는 올해로 팔순이 됐습니다.
허리도 굽어지셨고, 검은 머리가 한 가닥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같이 할 수 없을 만큼 거동도 불편해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눈물만 납니다.

제가 할머니의 은혜를 다 갚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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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adasi
:
Picture & Talk 2015. 2. 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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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33살의 주부입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분가해서 살고 있는데
남편은 혼자 사시는 아버님을 모셔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어느 며느리가 혼자 되신 시아버지 모시자는 말에
단번에 좋다고 할 수 있겠어요.

더구나 우리보다 훨씬 형편이 나은 형님도 계신데,
수입이 많지 않은 남편이 모신다는 것이 저로선 이해가 안 됐습니다.
전 임신 중이라 회사도 관둔 상태였거든요.

그 일로 거의 매일 싸웠습니다.
전 저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서로 입장만 이야기 하니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요.
그렇게 서로 지쳐 갈 때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눈물을 글썽이며 속에만 담아놨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칠순을 바라보시는 아버님 속을 그 동안 얼마나 썩였는지를요.
그때마다 아버지가 다른 사람 앞에 얼마나 많은 고개를 숙였는지,
차에 치일뻔한 남편 대신 차에 치어 어깨를 아직까지 잘 못쓰는 것도,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시며, 자식들 평생 뒷바라지 하셨고
넉넉하진 않지만, 많이 부족하지 않게 키워주신 이야기도 했습니다.

아주버님네는 아예 모시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놓은 상태고요.
아들자식 키워도 다 소용없네 싶었지만,
막상 제 남편이 아들 노릇 해보고 싶단 소리에
아버님을 모시면 불편해질 여러 가지 점을 생각하니
선뜻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제 남편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렇게 결정하고 모시러 갔는데
저희 집으로 가는걸 한사코 거절하시더라고요.
늙은이 가봐야 짐만 된다고요.
하지만 남편이 설득해 겨우 모셔왔습니다.

그렇게 아버님과의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반찬도 그렇고,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게 많았습니다.
아무리 신경 써도 반찬이 돌아가신 시어머니 솜씨 못 쫓아 갔지만,
그걸 드시면서도 엄청 미안해 하셨어요.
가끔 고기 반찬이라도 해드리면,
저랑 남편 먹으라고 일부러 조금만 드시더라고요.

한 번은 장보고 집에 들어왔는데
아버님께서 걸레질을 하고 계신 거에요.
깜짝 놀라 걸레를 뺏으려고 했더니
괜찮으시다며 끝까지 다 청소하시더라고요.

하지 말라고 몇 번 말씀 드리고 뺏어도 보지만
그게 편하다는 아버님 마음 제가 왜 모르겠어요.
이 못난 며느리 눈치 보시는 것 같아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버님의 한 달 전쯤부터 아침에 나가시면 저녁때쯤 들어오셨어요.
놀러 가시는 것 같아서 용돈을 드려도 받지 않으시고
웃으면서 다녀올게 하시며 매일 나가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래층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이 집 할아버지 유모차에 박스 실어서 가던데..."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며칠 전부터 저 먹으라고 사 오신 과일과 간식들이
아버님께서 어떻게 가져오신 것이지...

아들 집에 살면서 돈 한 푼 못 버는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폐지를 수거하시며 돈을 벌었던거죠.

저는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이리저리 찾으러 돌아다녀도 안 보이시고
너무 죄송해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친정 아버지도 평생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셨는데
아버님께서도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실 거 같아
정말 두렵고 죄송한 마음에
한참을 펑펑 울고 또 울었습니다.

남편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말하니 아무 말도 못 하더군요.

평소보다 일찍 들어온 남편이 찾으러 나간 지
한 시간쯤 남편과 아버님이 함께 들어왔습니다.

오시면서도 제 눈치를 보시고
뒤에 끌고 오던 유모차를 숨기시더군요.

주책 맞게 눈물이 쏟아졌지만,
아버님이 더 미안해 하실까봐 꾹 참았어요.
그리고 아버님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손은 꺼칠하셨고,
어깨는 꽉 잡으면 부서질것처럼 많이 야위어 있으셨습니다.

아버님 돌아가신 저희 친정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정말 잘 모실 거에요.
두 번 다시 밖에 나가서 힘들게 일 안 하시게
허리띠 졸라매고 알뜰하게도 살게요.

사랑합니다 아버님...
제 곁으로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posted by gadasi
:
Picture & Talk 2014. 11. 2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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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량출고 : 저는 웬만하면 출고장으로 가서 직접 출고받는 것을 권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렉카차로 집앞까지 가져다 줄 경우는 관계없습니다.  이 경우 계기판에 총 누적 주행거리가 10Km미만이어야 합니다.  제작 완성후 주행테스트를 위해 약 4-5Km정도를 움직이기 때문에 이 이하의 차를 받으면 기분좋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IQS(초기품질 검사)가 제대로 안되었다고 보시는게 좋습니다.  직접 출고를 하면 천천히 차량을 체크하며 조심스럽게 가져올 수 있어 좋습니다.  아줌마나 기사가 집앞까지 가져다 주는 탁송은 아예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들은 시간이 돈이라서 그냥 밟고 온답니다.

2. 차량점검 : 각종 스위치류의 동작과 모든 편의사양의 작동을 모조리 체크해야 합니다.  여기서 상당수의 초기불량이 발견됩니다.  작동이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소한 작은 플라스틱 부품이 헐겁거나 파손되어 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임시번호판 상태에서 수리를 요청하면 "원래 그런겁니다"라는 소리를 안듣습니다.  왜냐? 그러면 바로 등록거부를 하시면 됩니다. 

3. 임시번호판 사용은 최대로 : 대개 신차 출고의 기분에 들떠 비닐 죄다 벗기고 정식등록판 덜컥덕 바로 등록하는데, 정말 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하는 행동입니다.  소비자보호법상 임시번호판 상태에서는 차의 결함으로 교체나 반품이 필요시 이를 자동차사는 수용해주게끔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신차출고후 임시번호 사용기간까지는 최대한 달고 다니시고, 모든 비닐과 지급품도 그대로 보존하세요. 그리고 임시번호상태에서 가급적 많은 하자를 찾아내고 A/S를 요청해야 편하게 처리됩니다.  따라서 영업사원이 출고하고 나서 바로 썬팅이나 보조미러등을 부착해주겠다고 설치면 임시번호 최대한 사용후 정식등록이후 하겠다고 반려하십시요.  그들이 서두르는 이유가 다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4. 세차와 왁싱 및 표면코팅등 : 신차 출고하고 나서 열심히 빡빡~~ 세차하는데, 정 하실려면 정식등록 이후 하세요.  우선 자신의 차량 제조날짜를 아는게 중요한데, 가장 최근에 제작된걸 받으면 좋지만, 이 경우 문제가 있습니다.  차량의 페인트는 속까지 완전히 굳는데 약 2개월정도가 소요됩니다.  겨울이나 습한 여름철에는 좀 더 길어져 3개월정도 소요됩니다.  따라서 2개월 정도된 차량을 받으면 바로 표면코팅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기다려야 하는데, 이 경우 표면코팅을 안해놔서 작은 미세 스크래치가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차량의 표면 페인트는 현미경으로 보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이걸 전문용어로 오렌지필이라고 함) 이걸 말끔하게 가장 부드러운 천으로 약품을 써서 맨들맨들하게 깎아내고 그 다음 코팅광택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속까지 페인트가 굳지 않은 상태로 표면코팅 작업을 하면 칠이 무른상태라 자칫 칠이 까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걸 확인하는 방법은 차량 표면을 손톱 끝으로 꾹 찍어보면 손톱자국이 생기면 칠이 덜 굳었다는 것이고 아무렇지 않으면 완전히 굳은 것이니 표면코팅작업을 들어가도 됩니다.  만일 굳지 않은 경우는 어케 해야하나??  액체나 고체 왁스는 가급적 쓰지 마시고, 스프레이 물왁스가 있습니다.  그걸 뿌려서 보호해주면 약 2-3번의 물세차에는 광택과 표면 보호 효과가 있습니다.  표면코팅제는 대개 6개월-1년마다 재시공해주는 것이 효과가 계속 지속됩니다.  
대쉬보드나 타이어의 경우 자외선과 열에 쉽게 노출되어 변색 탈색이 심해지면서 갈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데쉬보드나 타이어 전용 레자왁스로 관리해줘야 합니다.  

5. 엔진길들이기 : 차의 심장인 엔진을 길들이기에 앞서 반드시 해야하는 것은 밤새 주차한 후 출발전 반드시 차량 밑바닥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오일, 냉각수 등이 새서 바닥에 떨어져 있지 않은지를 항상 체크하십시요.  만일 발견된다면 즉시 서비스센터로 입고해서 누유/누수 여부를 찾아내야합니다.
차량 메뉴얼에 있는 1000Km가지 3000rpm이내 80Km이내는 최소한의 요구사항입니다.  수입차도 신차길들이기를 2000Km까지 가져갑니다.  이건 제가 BMW 본사의 최고 수석 드라이버가 내한했을때 드라이빙 스쿨에서 교육받은겁니다.  출고후 2000Km까지는 연비와 잡소리를 잡는 시기입니다. 2000km에 도달했을대 비로소 새로운 엔진오일과 오일휠터를 교환해주고 2차 길들이기에 들어가는데, 약 5000-6000Km까지가 이 기간에 해당됩니다.
이 기간에는 가속, 악셀 응답성을 키우는 시기로 여기서 차량의 최고속도와 가속성이 결정됩니다.  이 시기가 끝나면 다시 엔진오일과 휠터 및 에어크리너까지 모두 교체해주기 바랍니다. (자세한 것은 시승기 코너에 제가 2개의 글을 올렸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6. 평생 잡소리 안나는 차를 갖고 싶다?  평생은 힘들겠지만 최소 2-3년은 잡소리 해방되서 다닐 수 있습니다.  앞서 제시한 2단계 길들이기 끝나는 시기까지는 절대로 노면이 거친 오프로드나 과속방지턱이 있는 곳을 지날때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지나십시요.  차량의 각 부위는 대체로 용접, 나사 등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이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2차 길들이기 기간이 끝날때까지는 절대로 차량개조나 튜닝을 안하는게 좋습니다.  

7. 언더코팅: 차는 표면관리도 중요하나 하부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이부분은 일반인들은 쉽게 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둔감합니다.  우리나라 차들은 출고시 언더코팅이 되어 있기는 한데 이게 언더코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현기차의 경우는 철판이 꺾이는 부분이나 이음새 부분에 마치 붓으로 슬쩍 발라놓듯이 되어 있습니다. 필요없다는 분이 있는데, 안하셔도 됩니다. 2-3년 대충 타고 말거라면...  그러나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별도의 하부세차를 하지 않고서는 더더욱 관리가 어려운 부위라 언더코팅은 꼭 하시는게 좋습니다.  참고로 벤츠, BMW,아우디,볼보 등 수입명차는 출고시 부터 완벽하게 하체 전체가 언더코팅되서 나오므로 전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쉐보레의 경우도 미국공정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현기차에 비교하면 순정 언더코팅이 매우 우수한 편입니다.  
언더코팅은 부식방지가 최고의 목적이기 때문에, 소음방지 한답시고 휠커버 떼어내서 휠하우스 안쪽에다도 코팅제 뿌리고 난리치는데 그럴 필요없답니다.  괜히 코팅제 낭비말고 아예 바닥전체를 한번더 도포하세요.  이게 훨 낫습니다. 배기관과 머플러는 녹이 가장 빨리 나므로 하실때 뷔르트사의 방청 알미늄 스프레이로 도포해주면 수년간 걱정없습니다.  언더코팅은 차량등록후 바로 하도록 서둘러 하십시요.

8. 적정기어단수 변속을 해야: 신차 길들이기 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웃지 못할 모습은 악셀도 아주 살금살금 밟아서 기어변속을 1500-1800rpm에서 바꾼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차는 엄청 무리가 갑니다.  싼타페 CM의 경우 제가 기어비를 보고 실제로 변속을 해보니 2000-2200rpm이 적정 변속구간이었습니다.  악셀을 지긋이 밟으면 이 구간에서 기어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살살 밟는다고 길들이기 잘하는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포르쉐 카레라를 몰고 다닌적이 있는데, 이 차의 경우 1단-2단으로 적정 변속 rpm은 2500-3000rpm에 약 50km/h에서 이뤄져야 했습니다.  울 크루즈는 자동기어인 경우 2000-2200rpm에서 약 30Km/h에서 변속이 일어나더군요.

9. 쓸데없는 짐 실고 다니지 말고 신차 길들이기 기간에는 과다한 인원 탑승이나 에어콘 가동등을 가급적 자제:  이건 간단히 말해 엔진이 이제 걸음마 걸으면서 길들여가는데, 엔진에 무리한 힘과 부하를 주는 것을 가급적 피하자는 것입니다.  불가피한 경우는 할 수 없지만 길들이기 기간만이라도 가급적 피하세요.  그래서 신차출고는 봄/가을이 좋답니다.(길들이기 하기 너무 좋죠. 에어콘/히터 틀일도 없으니)

10. 주유문제: SK,GS 등 서로 다른 첨가제와 정제방식에 의해 기름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신차길드이기 기간에는 가급적 동일 주유소에서 주유하는게 가장 좋고 그 다음 같은 브랜드사에서만 주유하는게 좋습니다.  주유는 만땅을 넣지 마시고 절반만 채워 차 무게를 줄여 엔진에 부하를 덜 주는게 좋죠.  단, 연료경고등(주유하라고 알려주는)이 켜지면 바로 주유를 해야합니다.  왜냐면 연료탱크안에 있는 연료공급모터가 기름이 없는 상태에서 돌면 무리가 가서 나중에 교체해야 합니다.

11. 엔진오일은 절대 이것저것 넣지 마세요: 엔진오일을 이것저것 넣으면 엔진에 좋은게 없답니다.  순정오일을 계속 꾸준하게 넣는게 좋지, 지크넣었다 모빌 합성유 넣었다가 캐스트롤 넣었다가 이런 식으로 넣을때마다 바꾸면 몇년 타보면 왜 자기차는 가속도 느리고 덜덜 거리고, 배기가스도 많이 나오는지 알게 됩니다.  저는 차량지급시 주는 엔진오일을 모두 쓰고 나서 모빌 1 100% 합성유로 갈 생각입니다.

12. 발수코팅제는 3개월마다 바르는게 도움:  Rain-X 등 발수코팅제가 있습니다.  이것을 와이퍼가 닿는 앞뒤 유리 빼고 사이드유리창과 사이드미러에 3개월마다 발라두면 우천시 시야확보가 좋아짐은 물론이거니와 겨울에 눈이나 성에가 잘 붙지 않습니다.  가격도 1개에 8000원정도 밖에 안하니 꼭 사서 발라두세요.

13. 예열 후열 확실히: VGT 엔진특성상 예열 후열은 필수입니다.  메뉴얼대로 꼭 하십시요.  이건 나중에 배기가스와 상당히 밀접합니다.  불완전 연소를 막아주고 엔진을 오랜동안 새것같이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예열 시간이 급한 경우 최소 1분뒤에 출발하되 오토나 스틱의 경우 D나 1단에 놓고 악셀을 밟지 말고 약 500m이상은 그대로 굴러가게 하십시요.  그리고 천천히 가속하면 무리없습니다.

14. 쓸데없는 악세사리는 차량 소음의 원인: 커다란 범퍼가드, 후사경, 썬바이저, 차량제조사서 제시한 최고수준의 인치를 넘는 인치업 휠/타이어, 이런것들은 제발 하지마세요.  왜냐면 단시일내는 모르지만 풍절음, 잡소리 등의 원인이 됩니다.  인치업 하실분들은 휠베어링, 쇼바, 코일스프링등등을 모두 바꾸지 않는다면 분명 시간이 지나서 후회합니다.  레이싱 스쿨에서 받는 중요한 교육중 하나가 인치업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해당차량의 최고등급에 장착되는 최대 싸이즈 이상의 인치업은 절대 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15. 비닐은 제발 벗기시고 문짝 옆 파란 고무는 떼세요:  차량 아낀다고 하는 사람들 출고시 비닐 그대로 고이 간직합니다.  더러워지는 것 최대한 막는다고... 더러워지는 것은 막을지 모르는데, 차안에 비닐사이로 곰팡이 피는 것을 어떻게 하실련지???  비닐은 차량의 지든 냄새의 주범이고 습기 많은날 곰팡이 서식지의 안성맞춤.  반드시 조그만 비닐이라도 남기지 말고 모두 제거하세요.  그리고 문작 옆에 파란색이나 검정색 고무같은게 붙어있는데, 이걸 그대로 달고 다닙니다.  이거 강력 양면테이프로 붙어있는데 1-2년 시간이 지나서 떨어지면 그 부분만 얼룩이 생겨요.  제조사에서 차량제작시 출고까지 만에 하나 문짝이 열릴때 부딪혀 기스날까봐 임시로 붙여둔건데 그걸 덜렁거리고 달고 다닙니다.  어떤 사이트 가봤더니 이걸 현대 순정품 문짝 보호대라고 해서 팔아먹는 곳도 있던데...  정말 한심합니다.  빨리 제거해 두는게 1-2년뒤 후회안합니다.

16. 왁스 혼용은 삼가길...: 왁스를 이 회사 저회사 제품 돌려가면서 쓰면 차량보호에 좋을게 없습니다.  대체로는 성분들이 비슷하나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써본 것중 독일제 뷔르트, 일본 Soft 99사 제품, 그리고 미국 Eagle 1이나 맥과이어 제품이 우수했습니다.  고체왁스는 개인들이 취급하기 힘드니 피하시고 Liquid나 스프레이 타입을 사서 쓰세요.

이정도면 신차 길들이기의 중요사항에 대해 전부 말씀드린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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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adasi
:
Picture & Talk 2014. 11. 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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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ada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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